캐나다 취업 성공기 (1) - 코업 취업

이민의 성공을 판단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영주권 획득과 취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주권을 획득했다고 해도 취업을 하지 못한다면 생활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영주권보다는 취업이 더 중요하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꼭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가 취업에 관한 것입니다. 제 경험이 미래가 두렵고 막막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기억을 되짚어 정리해봅니다.

최근 대부분의 컬리지 및 대학교에서 코업이 필수입니다. 제가 다닌 Brock대학교의 MBA는 대학원임에도 코업이 가능했습니다. 필수로 해야하는 건 아니었고 희망자에 한해 코업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습니다.

Brock 코업의 필수 요건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코업 수업 수료, 다른 하나는 IELTS Overall 7.0 제출(또는 그에 상응하는 토플점수)입니다. 코업 수업은 MBA과정의 두 번째 학기에 매주 2시간씩 이력서 작성, 인터뷰 요령 등의 강의를 듣게 되며 수업 종강까지 IELTS 7.0의 성적표를 제출하면 마지막 네 번째 학기를 마치고 코업을 진행할 요건을 충족하게 됩니다.

마지막 네 번째 학기에 코업 학생은 매우 바쁩니다. 다섯 과목의 수업에서 쏟아지는 과제, 프로젝트와 시험과 더불어 코업잡을 직접 찾아 지원해야하죠. 코업 오피스에서 코업잡을 모아서 보여주는 포탈을 제공하지만 외부에도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에 코업잡 찾기만 해도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저는 RBC라는 은행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습니다. RBC는 코업학생을 매우 많이 뽑기로 유명해서 확률이 더 높을거라 생각했죠. 결과적으론 다섯 번의 인터뷰 끝에 코업에 합격했습니다. 한 자리를 다섯 번의 인터뷰를 거쳐 합격한게 아니고, 네 번을 떨어지고 다섯 번째에 붙은 겁니다.

제 경력 및 이력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문제는 영어였던 것 같습니다. 두 번의 그룹 인터뷰, 한 번의 1:1 인터뷰, 한 번의 화상 1:1 인터뷰 등 각각 다른 팀 비슷한 포지션으로 면접을 진행했지만 모두 불합격의 결과를 받았습니다. 긴장을 너무해서 제대로 말도 못했고 제 안에 있는 기술과 지식을 잘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짧은 기간동안 네 번의 불합격 통지를 받고, 또 화상 인터뷰를 제외한 세 번의 인터뷰를 위해 토론토를 왕복(4시간)하니 정신적, 신체적으로 많이 지치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코업 오피스측에서 추천해서 진행했던 세인트캐서린에 위치한 스타트업 회사 면접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회사 대표가 직접 전화를 해서 저와 일을 같이 하고 싶다며 결정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사실 이 때가 RBC의 세 번째 인터뷰에서 떨어지고 네 번째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회사 대표에게 사실대로, 너무나 사실대로 RBC 인터뷰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개인적으로 RBC에서 일을 하고 싶어서 더 기다리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회사 대표는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고맙다며, 1주정도 기간을 줄 테니 결정해달라고 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코업 오피스에서는 먼저 온 잡오퍼를 받는게 예의(라고 이야기 하지만 한 학생이라도 빨리 합격시켜야 자체 수치상으로도 좋아지고 다른 학생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라며 스타트업 회사의 오퍼를 받으라는 종용도 있었습니다.

결국 네 번째 인터뷰도 결과가 좋지 못했고 회사대표와 약속했던 1주일이 지나 잡오퍼를 받겠다고 전화를 하려던 날의 아침이었습니다. RBC HR로부터 한 번만 더 인터뷰를 보자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마음은 고마웠지만 이번엔 RBC HR에게 오늘내로 스타트업 회사 대표에게 결정을 내려줘야한다는 상황 설명을 했습니다. 인터뷰를 보지 못할것 같다는 거절의 의미로 전한 말이었지만 의외로 잠시 후에 전화를 줄테니 스타트업 오퍼를 받지말고 기다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약 한시간 후, 한 매니저가 당장 면접을 보고 싶으니 전화면접 볼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노력하고 목표했던 RBC 코업취업을 포기하고, 컸던 기대로 인해 부풀려져있던 마음을 가까스로 가라앉혀 새로 시작하려했던 이 날의 아침은 결국 다시 스타트업 회사대표에게 전화해 하루만 더 기다려달라고 부탁을 하고, RBC HR에게는 당장 면접은 힘드니 세 시간 정도 준비를 하고 보면 안되겠냐는 부탁을 하며 급박하게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정말 열심히 준비해 전화면접을 시작했는데 면접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도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이 매니저는 말도 많고 빨라 잘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그래서 오히려제가 말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저를 인터뷰하는 게 아닌 본인이 어떤일을 하고 있다는 발표를 듣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30분동안 제가 한말은 Yes, Okay정도였던 것 같고 받은 질문은 나랑 같이 일할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매니저에게 들을 이야기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합격이 결정되어 있었고 제 결정만 기다리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또 제가 다른 회사의 오퍼를 받으려고 하던 상황이 오히려 매니저를 초조하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참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영어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경력과 이력을 높게 평가해주는 한 매니저를 만났고, 1주일을 넘게 기다려주다가 결국 오퍼를 받지 않겠다는 학생에게 진심으로 축하하고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는 한 회사 대표를 만났으니까요.

저는 이렇게 RBC라는 은행에서 Technical Systems Analyst Co-op이라는 직함으로 8개월의 코업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코업에서 정직원 채용이 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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