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취업 성공기 (2) - 코업의 첫 주

캐나다 취업 성공기 (1) - 코업 취업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2018년 1월 8일 첫 출근을 앞두고 참 많이 걱정하고 긴장했습니다. 매니저와는 전화인터뷰로만 대화를 한 거라 첫 출근에 첫 대면식이었으니까요. 출근 전날 메일을 보냈습니다.

나: "날 뽑아줘서 너무 고맙다. 몇시까지 출근하면 될까?"
매니저: "너와 함께 일하게 되어 기쁘다. 출근시간은 너가 알아서 하면 된다."
나: (내가 알아서?) "너가 생각하는 적절한 출근시간은 몇시일까?"
매니저: "난 내일 회사에 없을거야. 한 11시쯤 오면 XXX(시니어)가 도와줄거야."
나: (회사에 없다고? 11시???) "11시도 좋겠지만 난 첫 출근이니까 8시에서 9시 사이에 가야할 것같은 마음이야. 그렇게 할게. (답정너)"
매니저: "응. 아무때나와. 8시반 이후에 XXX(시니어)가 있을 거니까 그 이후에만 오면 돼"

한국에서 시스템으로 초단위로 출퇴근을 체크하던 회사를 다니던 제겐 매우 충격적이고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대목이었습니다. 코업 신입이 가장 먼저 가있지는 못할 망정 11시쯤 오라니요. 결국 전 8시 반쯤 도착하여 매니저가 없는 팀원들과 첫 대면을 했습니다. 가뜩이나 긴장했는데 시니어가 영국사람이라 액센트때문에 더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제 코업 생활은 시작 전 제가 머리속으로 그렸던 생활과는 매우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매니저와의 첫 면담시간의 대화를 정리해봅니다.

매니저: "너의 가장 최근 고민거리가 뭐야?"
나: "덕분에 코업 취업되서 너무 좋아. 근데 이제 정직원 알아봐야지."
매니저: "너 코업 끝나고 학교 돌아가는거 아니야?"
나: "아니야. 내 학교 프로그램은 모든 수업 마치고 마지막에 코업을 해."
매니저: "그렇구나. 내가 도와줄게. 내가 뽑고 싶지만 난 지금 정직원 Head Count가 없어. 대신 이력서 막 뿌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다 너 이야기 해줄게. 너도 Internal Job 사이트에서 가능한 잡 알아보고 여기저기 막 지원해."
나: "그정도야? 아직 나 평가할 시간도 없었을 텐데? 그리고 이제 코업 시작했는데 벌써 지원해?"
매니저: "아냐 넌 이미 충분해. 넌 이 은행에 반드시 남아야해. 정말 어쩔수 없다면 다른 은행에도 소개할테니까 걱정마. 코업에서 바로 정직원 전환하면 되니까 지금부터 그냥 막 지원해."

이렇게 말해주는 매니저가 너무 고맙기도 했지만 정말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겨우 하루 이틀 만난 사람이 이렇게까지 평가해주고 도와준다고 하니 오히려 거짓말처럼 느껴졌습니다.

매니저: "또 다른 고민거리는 없니?"
나: (너의 그 무조건 적인 나에 대한 믿음이 고민이 될 것 같아) "글쎄. 출퇴근이 조금 걱정이긴 해. 왕복 4시간이 걸리거든."
매니저: "맞아. 나도 멀리서 다니지만 너만큼은 아니야. 내가 최대한 빨리 집에서 일할 수 있는 토큰 구해줄게. 퇴근도 일찍하도록 해."
나: "집에서 일? 집에서 일을해??"
매니저: "응. 토큰있으면 그냥 집에서 일해도 돼. 매일하라는건 아니고 주 1~2회정도는 괜찮지."

알고보니 저의 코업 첫날도 매니저는 집에서 일했던 거였더라구요. WFH(Working From Home)문화가 매우 잘 정착되어 있었습니다.

나: "WFH이라니 상상도 못했어. 한국에서는 초단위로 주 40시간을 채워야했고 야근도 자주했고 가족보다 일이 우선시되는 분위기거든."
매니저: "OMG. 좋아 이렇게 하자. 넌 먼저 그 습관을 벗는 연습을 하는거야. 일 배우는 것보단 가족우선의 문화를 먼저 배우도록 해."
나: "응???"
매니저: "집도 먼데 가족한테 무슨일 있으면 어떡해. 무슨일 있음 무조건 퇴근해. 토큰 나올때까지 금요일엔 안나오거나 오전근무만 해봐."
나: "???????"

멘탈을 쉽게 잡을 수 없던 면담이었습니다. 지금이야 1년정도 일을 했고 그런 문화가 익숙해져 아무렇지 않게 WFH을 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꽤 큰 충격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모로 많은 것을 습득하고 얻게 된 코업 첫 주의 면담이었습니다.

매니저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매니저의 무조건적인 믿음은 제게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성격상 누군가의 믿음을 져버리기 싫어 더 열심히 했습니다. 이로 인해 저에 대한 팀원들과 매니저의 믿음은 커졌고 Best initiative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으며 이 것이 제가 정직원 전환이 된 큰 요인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Comments

  1. 이런 글이 정말 캐나다 가고 싶다는 마음을 다잡게 되는 글인 것 같습니다.

    좋은 경험 공유해 주심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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